일상/여행

내마음 주인되기, 대광사 템플스테이 1일차

빵필 2022. 5. 1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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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템플스테이, 떨리는 마음으로 시작하다.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으나 예약이 꽉 차있거나 일정이 생겨 미루어왔던 템플스테이.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불교의 이미지는 다른 종교보다 일반인과 친숙한, 자연친화적인 그런 종교였던 탓에 전혀 낯설지 않았다. 마음에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던 10대, 20대에 왔더라면 조금 더 좋았겠지만, 지금 와이프와 함께한다면 더 색다른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어 분당에 있는 대광사에 다녀왔다. 새로운 경험, 새로운 장소를 접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설레고 기대되는 일인데, 우리 와이프는 어딜 가던 이동 하거나 도착한 장소에서 어떻게 이렇게 잘 자는지 모르겠다.

 

 

 

 

 

템플스테이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대광사에서 공부와 봉사를 겸하시는 직원분께서 반갑게 반겨주셨다. 20대부터 60대까지 나이대가 고루 분포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10대와 20대 초반 학생분들이 대부분이라 '요즘 학생들은 나처럼 학창 시절에 술만 마시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템플스테이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개최하며 외국인들의 숙소가 모자라 불교와 같이 숙박이 가능한 지역에 한국문화를 소개해주는 취지에서 조금씩 퍼져나갔다고 한다. 축제가 끝나고 코로나로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줄어들자 지금은 많은 국내인들이 그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 불교의 기본적인 지식, 예절과 대광사 설립 등에 대한 프레젠테이션과 함께 템플스테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따듯한 차로 몸을 녹이며 스님과 대화를 나누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중 가장 기대했던 시간은 바로 스님과의 대화였다. 내가 생각하는 스님의 모습은 옛날 모토로라 폴더폰을 사용하고 유머가 많지 않은 조용한 분이셨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갤럭시 최신폰에 유머러스한 모습의 스님이 대화를 주도하며 사람들의 고민을 경청해주셨다. 스님은 과거 현실에 대한 사업을 하며 고난과 고민이 많아 정리하고 중년의 나이에 불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사람들의 고민은 제각각이었다. 내 20대 시절의 고민은 다 어디로 갔는지 어떤 고민이 있냐는 스님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뭐 없는 고민을 만드는 것이 고민이라면 고민이었을 것이다. 가장 생각나는 것은 20대 초중반의 학생들의 고민이었다. 어떤 친구는 그 나이대답게 진로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였는데 다른 분은 삶에 대한 고통이 너무 많아 때로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도 한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저녁시간에 밥을 잘 먹고 친구와 부동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웬만한 사람들보다 더 잘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스님과의대화

 

 

 

 

 

스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밖에 나와 분당 시내를 바라보며 함께 종을 쳤다. 살면서 종칠 기회가 얼마 없을 텐데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 종을 치게 될 줄이야. 감회가 새롭고 차가운 밤공기 사이로 전달되는 종소리를 들으니 지나간지 얼마 되지 않은 새해가 다시 찾아올 것만 같았다.

 

 

 

 

템플스테이저녁식사

 

 

 

코로나19로 인해 발우공양 대신 봉사자분들이 준비한 저녁을 먹다.

 

템플스테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발우공양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발우공양을 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요즘 소식을 하려고 노력하는 탓에 많이 먹지 않으려고 최대한 적게 담아보았다. 맛은 생각보다 좋았다. 반찬투정을 하지 않는 편이라 그런지 집밥 같은 느낌도 조금 있었고 회사 식당에서 먹는 대기업 점심보다 훨씬 괜찮았다. 밥을 먹다 보니 와이프가 버릇처럼 하는 말 중 하나가 떠오르기도 했다.

 

배달음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플라스틱보다 소랑 돼지를 키우며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지구에게 더 해로워

 

 

위와 같은 말을 하며 저녁으로 삼겹살을 그녀지만 절에서 밥을 먹으면 그럴 일도 없고 환경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세 그릇을 먹는 젊은 친구들도 보였다. 그래 많이 먹어둬야 백팔배를 하지..

 

 

 

 

저녁에는 첫 만남 때 모였던 작은 강당에서 연등을 만드는 활동을 할 수 있다. 비록 나와 와이프만 참여했지만 두꺼운 손을 조물 거리며 만드는 재미가 있는 색다른 체험이었다. 108배와 함께하는 둘째 날의 시작은 다음 편에서 계속하도록 하겠다. 첫날보다는 확실히 둘째 날의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물론 굳이 모든 체험을 할 필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다 참여한 나의 업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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